[100+] Hyeon-woo Koo/Tae-woo Koo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요. 시를 쓰고, 대중음악을 작사합니다. 2014년에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해서 작년에 첫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발표했습니다. 작사가로서는 일년 뒤에 데뷔를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레드벨벳, 샤이니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아이돌 음악의 가사를 쓰는 일이 많어요. 저의 시나 작사 모두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일종의 의미와 콘셉트를 담고 있는 글이기에,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예고 문예창작과로 편입을 했어요. 전학가기 전에는 주로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대학에 가려면 공모전이나 백일장에서 수상을 해야 했어요. 짧은 시간 안에 대회에서 긴 글을 쓸 때 참 고민스러웠어요. 그래서 소설을 한 문장씩 줄 바꾸기를 해서 시로 바꿔봤더니, 그제서야 글이 써지더라고요. 저도 맨처음 유명 출판사의 시집을 접했을 때는 무척 난해하고 어렵다고 느꼈는데요.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읽다보니 이상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시를 쓰면서 신춘문예나 문예지에 여러 차례 도전을 했는데, 계속 떨어지고… 고급독자 직장인으로 살아보자고 결심한 그즈음에 등단이 되었어요. 시인이 되려고 된 건 아니에요. 모든 시인이 이렇게 말하겠지만, 이렇게 살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웃음)

작사가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

음악적 감각은 필요하다고 봐요. 청음훈련을 하거나 화성학을 공부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노래를 듣는 것이 가장 기본이기 때문에 음악과 맞지 않는 가사를 쓸 순 없어요. 작사는 음악이고, 가수가 노래를 불러야 하잖아요. 발음도 고려해줘야 하고요. 가사에 어울리는 방식의 창작, 테크닉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작사가는 일종의 연극배우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를테면 발라드에 어울리는 가사, 댄스곡에 맞는 단어가 있는 것처럼 본인의 개성보다는 작품에 따라 말투와 캐릭터를 바꿀 수 있는 몰입이 필요한 거죠. 작사를 하는 순간은, 내가 ‘제니’가 아니더라도 ‘제니’가 되어야 하는 거에요. 마치 ‘빙의’되는 것처럼요.

어떤 식으로 가사를 쓰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쓴 곡 중에는 여성보컬 노래가 많아요. 작업하는 과정에서는 몰입하는 그 순간부터 그 여성가수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하루를 살아요. 거의 가성까지 쓰면서요. (웃음) ‘나는 아이린이다’라고 주문을 걸어요. 부끄러우니까 혼자 작업실에서 할일을 하면서 가사를 쓰는 거에요. 그런데 그정도까지 몰입하지 않으면 ‘느낌’이 안 살더라고요. 가사를 쓸 때 본인 감정은 중요하지 않거든요. 내가 아무리 배부르고 평온한 상태라 할지라도, 당장이라도 연인과 헤어져서 죽을 것만 같은 감정의 이별 노래를 써야 하는 거에요. 분위기를 여러모로 조성하면서 궁리를 해요. 청승떠는 거 있잖아요. 순간의 작가의 감정과 곡의 내용이 일치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 자신을 노래에 맞추는 작업이 대다수예요.

시인으로서 혹은 작사가로서의 정체성

제 안에서 둘은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이름도 다르게 써요. 시인 구현우, 작사가 구태우로서요. 이게 편해요.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정한 것은 아니었는데- 사실 작사를 하는 나를 문학 쪽에선 몰랐으면 했고, 반대로 시를 쓰는 저를 음악 쪽에선 몰랐으면 했어요. 시인이 쓴 시로 남고 싶고, 작사가가 쓴 음악이었으면 하는데, 둘이 혼동되어버리니까요. 이름을 구분하는 일이 저에겐 자아 구분이 돼요. 마음가짐과 태도가 달라진다고나 할까요. 작업공간도 달라져요. 어떤 영국의 평론가이자 소설가가 두 개의 책상을 두고, 소설을 쓸 때는 이 책상, 평론을 할 땐 저 책상 이렇게 모드 전환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듣고, 저도 이런 룰을 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룰은 ‘이름’이 되는거죠. 전화받을 때도 편합니다. 저를 부르는 호칭을 듣자마자 엔터테인먼트 회사인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걸려온 전화인지 알 수 있거든요.

어떤 식으로 소재를 찾으시나요?

아무래도 직접적 경험은 한계가 있어서, 주변 사람들 이야기나 다큐멘터리, 인터넷을 뒤지면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해요. 그중에서도 책을 가장 많이 읽고요. 소설 하나를 읽어도, 그 시대의 시대상과 맥락이 다 보이잖아요. 또,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보고 듣는 모든 것에 귀를 기울여요. 24시간 카페 영업이 가능했던 시절엔, 늦은 시간까지 혼자서 마감을 하다가 발견하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옆테이블에서 술취한 연인들이 싸우면서 헤어지는 이야기라든가… 아침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세상엔 많더라구요. 저는 ‘일반인’이라는 말이 진짜 이상한 것 같아요. ‘일반인’을 본 적이 없어서요. (웃음) 그만큼 세상엔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는 거겠죠.

작품 창작을 할 때 주로 어떤 목표를 설정하시나요? (시의 경우)

책 한 권의 컨셉을 정하고 쓰는 경우도 있어요. 제 경우에는 대부분 어떤 지점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요. 예시로, 첫 시집에서 제가 말하고자 한 것은 ‘도시성과 동물성’이었어요. 도시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물들, 그냥 우리의 삶이나 일상 같은 것들. 고양이, 개 같은 주변 도처에 널려있는 동물들로부터도 시작했어요. 사람도 결국 사회적 동물이니까, 그런 요소를 넣어봤어요. 다음 책에서는 아마 그런 것들의 연장선이 될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첫 작품이나 새해 첫 목표 같은 것들을 중요하게 여겨요. 그걸 다시 연장시키느냐 아니면 뒤집느냐, 어느 쪽을 택하든 하나의 틀이 있어야 하니까 저는 그런 것들을 다잡는 편이에요.

작품 창작을 할 때 주로 어떤 목표를 설정하시나요? (작사의 경우)

작사는 그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는 작업의 일환이라 생각합니다. 제 취향보다는 가수가 먼저 고려되어야 하죠. 원래 아이돌 음악을 하다가 최근에는 제가 좋아하는 알앤비나 미디움 템포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분들과 작업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제프 버넷의 <wrong about forever>나 로꼬의 <감아(feat.크러쉬)> 같은 노래들이 제 취향에 잘 맞아요. 작사를 할 때 작사가가 해야만 하는 일 가운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노래를 직접 불러보는 일’이에요. 가수에게 처음 노래를 불러보게 할 순 없잖아요. 제가 부를 수 없는 발음, 힘든 발음을 가수라고 해서 무조건 잘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창력의 차이일 뿐, 성대구조는 똑같으니까요. 편하고 익숙한 발음이 귀에도 잘 들리고요.

작사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같은 멜로디에, 같은 분위기의 곡이라 할지라도 가사에 담긴 이야기 때문에 전혀 다른 노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곡에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은 가사의 요소가 크게 차지하고 있고요. 순간적으로 곡을 듣고 빠져들게 하는 것은 음악적 멜로디와 감성 같은 부분이겠지만, 사람들 마음을 울리는 것은 가사와 그 곡의 합이 잘 맞아떨어졌을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노래들도 생각해보면 정말 간단하고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어요. 연령대 상관없이, 특별한 학습 없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요. 시랑은 또다른 매력이지요.

시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우리나라에서는 시를 학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에요. 저도 그렇게 배웠고요. 교과서대로 정답을 찾고 해석을 하려 하는데, 시의 매력은 오히려 ‘해석하려 들지 않았을 때’ 보이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시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현대시의 경우에는 독자로서 진입장벽이 높은데, 아마 우리가 자주 접해보지 않고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거에요. 하지만 남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처럼, 무언가 독자가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단어, 문장, 말투 등을 발견하는 과정을 즐기면서 읽기 시작한다면 진정한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저도 잘 알아요, 텍스트라는 게 독자의 노력을 상당히 필요로 하는 장르라는 것을.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찬찬히 시를 읽어본다면 분명히 다른 세계가 펼쳐질 거라고 장담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예술에 대하여

제가 시 쓰는 방식이 조금 특이한데요, 돌아다니면서 쓰는 것이 취미이자 직업입니다. 산책하면서 시를 씁니다. 노트 한 권과 펜 하나만 들고 어딘가를 정처 없이 걷는 거에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 것도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시각과 청각에 민감한 사람이라 그런지 제 감각으로 직접 보고 들은, 이 시대와 이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읽어내려고 해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는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없는 거리가 너무 어색했어요. 죽은 자들의 도시 같기도 하고, 유령도시 같다는 느낌도 받고요. 코로나를 의식해서 글을 쓰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전에도 특유의 세계의 위기감 같은 것이 비슷하게 시 속에 배어들어있었거든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마스크’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다는 정도일까요.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나 작품이 있나요?

애드거 앨런 포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같은 심리스릴러 작가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하이스미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소설가인데, 흡입력이 엄청나요. 심리적 용어인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도 <리플리>라는 장편소설에서 나올 정도로 영향력을 미친 작가죠.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페르난도 페소아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음악적으로는 재즈나 펑크한 것이 좋아요. 재즈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나, 자미로콰이의 <virtual insanity>… 또, 다프트펑크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그룹이죠. 시간이 지나도 음악은 세련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아티스트에요.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되돌아 본다면?

아직 돌아볼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웃음) 가끔 과거의 제가 쓴 글을 보고, 내가 언제 어떻게 이런 걸 생각했지? 라고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절실했던 마음을 갖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 지금도 신인이라 생각하고 있고요. 앞으로 보여줘야될 것이 훨씬 많으니까요. 앞으로 보여줄 게 없다고 생각되면… 그런 마음이 없다면 그만둬야겠죠. 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제 목소리를 내려 노력 중입니다.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

저는 시인, 작사가가 될 줄 몰랐어요. 앞으로 제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솔직히 없어요. 저는 두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넓게 보면 한 가지 일을 하는 거에요. 예술이요. 문학과 음악의 테두리와 경계 안에서 창작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대한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요.

인터뷰. 편집장 김희진


구현우/구태우

시인/작사가.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레드벨벳, 샤이니, 슈퍼주니어, 루나, V.O.S 등의 노래를 작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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