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Ji-hyeon Kim

현재 하시는 일을 알려주세요.

연극을 쓰는 극작가 김지현이라고 합니다. 청소년극으로 데뷔해서 현재는 아동극 작업도 같이 하곤 합니다. 프리랜서로서 주로 글쓰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어요. 제 작품에서는 최대한 주인공을 ‘여성’으로 두려고 하고, 극이 끝났을 때 등장인물들의 삶이 조금 더 나은 삶으로 걸어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희망적인 엔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늘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이야기로 된 콘텐츠라면 장르 구분 없이 다 좋아할 정도에요. 처음에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미디어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했어요. 어느날 희곡수업에서 이강백 작가의 <결혼>을 읽었는데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는 거에요. 마침 그즈음에 대학로에 놀러갔다가 신춘문예 단막극전을 보고, 연극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솟구쳤어요. 텍스트가 무대화 되서 실제 인물들이 연기를 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뭔가 색달랐거든요. 저는 특히 지방 사람이라 어릴 때 연극을 본 기억이 아예 없어요. 그래서 처음 본 연극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학부 때 극작 측면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예대 1학년에 입학해서는 학교 행사 위주로 생활이 돌아가다 보니 정신이 없었고,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희곡수업을 들으면서 창작에 매진했어요. 생각해보니 거의 일주일에 단막극 한 편씩 썼네요. 제일 많이 글을 쓰고, 가장 희곡을 좋아했던 시절이에요. 그 이후로는 그때만큼 못써요. 매주마다 교수님께 합평을 받는데 맨처음엔 죽을 쑤다가 가면 갈수록 반응이 좋아지고 결과가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재미를 느낀 것 같아요. 일주일 내내 희곡 생각밖에 안 하고. 지금은 왜 안 그러는지. (웃음)

작품 창작 과정에서 목표하거나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아동극의 경우에는 결국 이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일반 관객처럼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바로 판단이 가능하거나 확실한 가치관이 정립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계속 배우고, 흡수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내용면에서 교훈적인 부분을 고민합니다. 무조건 착하게만 쓰려는 건 아니고요. 되도록이면 앞으로 이 아이들에게 있어 삶에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해요. <보이야르의 노래>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방식에 대하여, <우리랑 진도깨비>에서는 다른 사람과 화해하는 방식에 대해 중점을 두었습니다. 싸우더라도, 관계가 바로 틀어지면 안 된다거나 하는 것 말이에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을 때 그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어느 정도는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 ‘배우는’ 과정을 희곡을 풀어냈습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찾으시나요?

일상을 지나치다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요. 얼마 전에도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는데. 금연구역이라는 건 담배를 피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사회적으로 허용이 안 된다는 건데. ‘근데 저 사람들은 왜 하지 말라는 걸 하는 걸까?’하고 가끔 생각해요. 그런 일상적 풍경을 보면서 이미지를 찾아나가는 케이스에요. ‘다음엔 금연구역에서 담배피는 사람들 이야기를 써볼까? 저 사람들은 무슨 대화를 나눌까? 무슨 생각을 할까? 의외로 건실한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 웃기겠다’ 이런 거요. 이런 식으로 저도 자꾸 생각을 확장해나가는 거죠. 그런 찰나의 순간을 연극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요새는 주로 어떤 것에 흥미를 갖고 있나요?

최근에 한 작품 중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이들 극장, 아시아문화원, 아시테지 축제 등에서 공연된 어린이 음악극 <보이야르의 노래>가 2019년 베스트연극7 아동극 분야에서 수상을 하고, 이번에 출판까지 되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발전되면서 작가로서도 많이 성장하게 된 계기였어요. 요새는 주로 아동극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진도설화를 바탕으로 한 어린이 국악극도 처음으로 노래를 사용하는 대본을 시도하면서, 스스로도 흥미롭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희곡 외에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나 시나리오, 동화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일이 늘었고요.

연극을 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보이야르의 노래>는 데뷔작 이후에 처음으로 의뢰받아 쓴 작품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기획 의도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분명하게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야기로 구축하는 데에 애를 먹었던 것 같아요. 첫 공연이 눈이 엄청 많이 내리던 날로 기억되는데. 심지어 눈보라를 뚫고 가는 와중에 넘어지기도 했어요. ‘내 공연 보러가는 것도 힘들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종로에 있는 아이들 극장에서 무대의 막이 오르자마자 그때까지의 고민과 걱정들이 싹 사라졌어요. 그때 깨달은 것 같아요. ‘아,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공연 하나를 보면 모든 것이 사르르 녹는구나’라는 걸. (웃음) 작품의 동화적인 분위기와 연출이 좋았고, 실제 배우 중 한 분이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활동하고 오신 분이라 캐릭터와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다는 이미지가 인상에 깊이 남았습니다.

연극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현장성이요. 공연과 미디어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현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거잖아요. 사실 제가 아동극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어요. 아이들은 제때제때 반응을 해요. 예상치 못한 부분도 많고요. 예를 들어, 제가 치밀하게 계산해서 짜놓은 유머러스한 부분에서 아이들은 크게 반응을 안하고요. 오히려 이상한 데서 터지더라고요. 극중 인물 중에 ‘깨비’라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나 오분만 더 잘게’하면서 잠투정을 부리는, 언뜻 보면 별거 아닌 장면인데, 거기서 어떤 아이가 실제로 배꼽이 빠져라 웃더라고요. 또, 우리는(어른들은) 웃어도 크게 안 웃잖아요. 아이들은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크게 웃어요. 솔직하게요. 또, 천둥번개가 치는 장면에서 엄마 품속으로 파고든다던가 하는 직설적인 반응이 귀엽고, 재미있어요. 아이들이 훨씬 집중력이 좋아요.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빨려들어가는 신체와 마음이 확실히 어른과는 다른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의 예술에 대하여

코로나로 인해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해요. 관객을 현장에 부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공연이 가진 현장성을 어떻게 안방에서도 체험하게 할 것인가 이 돌파구를 찾는 게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요. 코로나 이후 제 안에서의 가장 큰 질문은, 넷플릭스 등의 수많은 미디어 매체가 이 작은 스마트폰 스크린 속에 있는데, 우리가 굳이 연극을 찾아 봐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요. 모든 편의성을 이기는 건 ‘현장성’이라 생각했는데, 판데믹 상황으로 극장에 모일 수 없게 되어버린 지금, 연극을 하는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배우와 관객과의 실시간 소통을, 어떻게 안방에서도 느끼게 할 수 있을까,를 찾는 고민들요.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되돌아 본다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내 글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공연을 올릴 수 잇는 무대가 있다는 것. 살면서 당연히 노력을 해야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다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노력은 무조건 바탕이고요, 어떤 일이 이뤄지기 위해선 운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저와 제 글을 인정해준 사람이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그 운을 더 넓혀가는 건 저의 몫이니까요.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일년에 한 작품이라도 꼭 발표를 하려 합니다. 어른들이 봐도 재밌고, 아이들이 보면 더 재미있는. 연령대 상관없이 관람 가능한 아동극을 목표로, 쓰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을 관객으로 만나는 일이 무척 즐거워요. 연극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가족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 편집장 김희진

김지현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2017년 국립극단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에서 작가로 선정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집필한 작품으로 <사물함>, <보이야르의 노래>, <더플백>, <손님>, <우리랑 진도깨비> 등이 있으며 ‘사람’을 중점에 두고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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