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Sani Jeong

현재 하시는 일을 알려주세요.

학부에서 예술경영의 실무적 측면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독립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연극작품을 제작하고 만드는 일을 합니다. 주로 소극장 같은 관객과 배우과 밀접한 거리에서 교감할 수 있는 환경에서 기획하는 것을 좋아했고, 축제나 영화제, 각종 프로젝트에서 코디네이터나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했습니다. 창작극 위주로 작업을 하는데, 극장 안에서 공연 되는 것 외에도 많은 공연예술 실험들과 같은, 보다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외 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제작실습에 강사로서 수업을 나가기도 합니다.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미술 분야 관계자이신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예술활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느날 보러간 뮤지컬 공연에서, 오히려 무대보다도 좌석 뒤편에서 오퍼레이트를 하는 스태프를 보고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무대 위의 화려한 배우들 외에, 그 너머에 있는 백스테이지에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하고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미지의 세계였기에, 더 궁금증을 갖게 되었어요. 공부를 하다보니, 그 중에서도 공연기획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연극 쪽에 더 흥미가 생겨서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요새 관심이 가는 주제나 테마가 있나요?

이전까지는 예술가와의 작업에 몰두하는 과정 자체에 초점을 두었어요.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고 협업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한편으로는, 예술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의미있는 활동들을 찾게 되더라고요. 예술이 단순히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 남아있는 것 외에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활동들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적 활동이나 커뮤니티 씨어터 등 하나의 지역이나 특정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있고요.

작품 창작 과정에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요?

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통’이에요. 공연을 만들 때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협업을 하잖아요. 각 파트별로 각자의 아이디어나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기 때문에, 서로가 쓰는 언어나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역할은 아무래도 그런 각자의 언어를 조율하고 번역하는 사람, 매개자로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업이 가능하도록, 각자 능력이나 하고 싶은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작업이기를 바라면서 무엇보다 소통을 지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극의 본질인 ‘공동의 작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자로서 연극을 볼 때, 어떤 점을 중시하시는지?

예술가의 입장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자나 관객에 대한 연구를 대학원을 다니며 지속적으로 하는 중입니다. 요새 관객참여형 공연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고, 물론 판데믹 사태 이후로 조심스러워지긴 했지만 관객을 무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관객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수용태도나 감각 또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서 관객참여가 극 안에서 일어난다기보다 극장 밖에서 일어나는 실천들과 그것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동안의 작업 중에서 인상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학부 때 했던 연극작업은 작품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공동의 작업’을 했다, 라는 의식이 컸습니다. 모두가 한 작품을 위해 각자 자리에서 노력하는 모습이 아직도 강렬합니다. 특히 이상우 교수님의 프로젝트 가운데 극작가 그룹인 ‘창작집단 독’의 여덟 작품을 옴니버스 연극으로 만든 <싸이렌>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굉장히 큰 프로덕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의 소통이나 이해도가 높았습니다. 외부에서는 환경적으로 여러 제한이 있기에 소통처럼 품이 드는 일에 신경쓰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어떤 공연이든 작품을 완성시키는 데에만 투자하고 소통을 생략하면, 무언가 엇나가거나 서로 갈등이 생기거나 늘 탈이 있더라고요.

영향받은 아티스트나 작품이 있나요?

로베르 르빠쥬와 같은 미디어나 기술을 적절히 활용해서 관객의 상상력을 끄집어낸다거나 연극적 환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작가 본인이 예술가로 성장하게 된 자전적 이야기인 <887>에서 보여준 텍스트의 탄탄함과 그것을 기반으로 무대화했을 때의 일루전에 감탄했습니다. 또, 프랑스의 거대 퍼펫 극단인 Royal de Luxe의 작품들도, 연극적 환상을 실재하는 세계 속에서 보여주고 있어 (그런 작품을 보았을 때) 많은 자극을 받곤 합니다. 최근에는 영국의 Good chance 극단의 난민캠프 이야기를 다룬 <The Jungle>(더 정글)이라는 작품과 연계하여 계획 중인 <Little amal>이라는 프로젝트도 눈여겨 보고 있어요. 시리아 국경에서 영국 맨체스터까지, 난민 아이를 표현한 퍼펫이 여정을 떠나는 가운데 난민기금 도네이션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사회공헌적인 프로젝트 등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연극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다양한 색깔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과 협업을 하는 것이 제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 자체, 즉 여러 의견을 교환하고 조정하고 조율하면서, 또 갈등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 매우 재미있어요. 어떤 생각에서 출발한 무언가를 눈에 보이는 실재하는 또 다른 무언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굉장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늘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예술장르이면서, 무엇보다 공동의 ‘소통’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예술에 대하여

2020년 10월 국립극단에서 연출의 판의 일환에서 <2021 대통영>이라는 작품을 정진새 연출과 함께 했는데요. 한창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고민을 떠안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과연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 온라인 스트리밍을 해야 하나, 좌석 띄어앉기를 하면 안전할까… 등. 매주마다 달라지는 상황에 소극적으로 연습에 참여할 수밖에 없어서 회의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관객 또한 이전의 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감각과 온라인으로 체험하는 감각에 변화가 찾아온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관객과 만나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중요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예술의 좋은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잇는 때가 아닐까 라고도 느껴집니다.

코로나 시대의 예술 프로그램 기획 방식이나 계획에 변화가 있다면?

관객의 감각이 달라진만큼 공연 주체의 변화도 대응을 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극장에서 같이 공연을 보는 체험 또한 동시에 가져가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어요. 기술적으로는 스트리밍을 위한 녹화 준비는 당연시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사전에 계획하고 창작자들과의 설득과 협의도 이뤄져야겠지요. 이제는 극장 안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넘어서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물리적 장소 외에도 연극적 체험이 가능한 플랫폼이나 컨텐츠들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 AR이나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공연예술 컨텐츠들이 시도되는 가운데 여러 확장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즉시 무언가를 바꾸어 나가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되돌아 본다면?

특정 기관에서든 독립적으로든 여러 장르를 다양한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왔습니다. 문화원이나 영화제 공연 파트, 희곡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참여를 했는데, 그중에서도 ‘소통’이라는 것은 어디를 가든 어렵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기획자로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면서도, 되돌아보면 조금 더 자신을 지켰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늘 예술가의 입장을 우선으로 작업에 임했는데, 앞으로는 기획자로서의 제 자신에 좀더 초점을 두고 꾸준히 일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꿈이나 목표가 있나요?

좋은 공연을 한 편 만들어보고 싶어요. 한 편 정도는 정말 좋은 공연을요. 보다 다양한 관객과 대중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작품,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편집장 김희진


김산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예술사 졸업.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공연예술학전공 석사과정 수료. 서울문화재단 <10분희곡릴레이페스티벌>, 국립극단 <연출의 판-2021 대통영(정진새)> 기획 외 다수 작품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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