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SEORO

현재 하시는 일을 알려주세요.

현재 작사가로 활동하는 ‘서로’라고 합니다. 흔히 작사가가 싱어송라이터처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개인적이고, 아름다운 가사들을 선율에 맞춰 노랫말을 지어내는 사람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미 음악적으로 완성된 곡을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구체적이거나 떄로는 자유로운 주제와 컨셉트 안에서 가사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엔터테인먼트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처음 콘서트에 갔던 기억이 시간이 지나도 매우 강렬하게 남아있었어요. 대학 때 미디어 학부를 전공하면서 직접 엔터테인먼트 학회도 만들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A&R 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작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문예창작을 배우면서 소설을 써왔지만, 음악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작사를 하는 게 과연 괜찮을까 스스로도 반신반의 하면서 시작을 했는데, 하다보니 즐거웠어요. 학원을 다니면서 기본기를 배우고 실제로 회사로부터 곡을 의뢰받아 작업하는 과정을 겼었습니다. 포기할 즈음에 데뷔곡이 나오고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어졌습니다. (웃음)

요새 관심이 가는 주제나 테마가 있나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있어요. 작사 작업을 하다 보니, 아웃풋을 내놓으려면 꾸준히 인풋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한때 드라마나 영상으로 자료를 모으다가 책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사회과학이든 고전소설이든 영화분석이든 누군가 추천해주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책은 닥치는 대로 읽고, 좋은 문장은 필사를 해요. 가끔 내 안에 있는 것을 전부 소모해버려서 벽까지 긁어내는 느낌이 들어요. 소진되기 전에 새로운 것을 계속 쌓아두는 거죠. 제가 질릴 때까지요, 차라리.

작사의 경향이나 콘셉이 있나요?

레퍼런스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컨셉을 충실하게 따르려고 노력해요. 의뢰곡이 오면 가이드에서 들리는 부분을 한글로 따서, 제가 발음해봤을 때 가장 부르기 편한 문장으로 변환합니다. 발음이 쉬워야 가수가 부를 때 편하게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자유주제가 주어졌을 경우에는 가수를 리서치 해보고, 어떤 얘기를 했을 때 팬들이 가장 기뻐할지 상상해봐요. 또 스치는 문장이 있으면 메모를 해두었다가 마인드맵을 그려서 연결시키다 보면 전혀 생각치도 못한 것들이 나오기도 해요. 이미지나 영상 활용도 많이 시도하는 편이에요.

작품 창작 과정에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요?

“가수와 팬의 관계”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합니다. 대중이 첫째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중이 곧 팬이기도 하고, 그 팬이 아티스트의 곁에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요. 작사를 시작한 순간부터,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다루거나 그 둘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도 누군가의 팬이기 때문이죠. 팬의 입장에서 그 가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또는 가수의 입장에서 팬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대신하는 거에요.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가사를 쓰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작업이에요.

‘서로’라는 예명에 대해서

친한 친구가 붙여준 이름이에요. 그런데 사실 처음에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어요. 서로라는 작업명을 쓰는 순간부터 ‘나 이제 공동작사만 하게 되는 거 아니야?’라고 혼잣말도 했죠. (웃음) 근데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아, 음악은 결국 나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라고요. 노래 하나에도 작곡가, 편곡가, 가수, 그외 수많은 관계자들이 있고, 그들이 서로를 도와가면서 하나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팬과 가수가 서로 꼭 필요한 존재처럼 한 편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스스로도 아주 바람직한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작업 중에서 인상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슈퍼엠의 ‘Wish you were here’이라는 가사의 첫부분을 발표했는데요. 현 시국에서 가수와 팬이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바탕에 두고 쓴 노랫말이에요. 특히 ‘가수가 언제 가장 팬을 보고싶어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슈퍼엠이라는 아이돌 그룹은 미국 진출을 대상으로 한 아티스트이다 보니 비행기를 탈 일이 잦아요. 야간비행도 셀수없이 하겠죠. 그 적막한 비행기 안에서 자고 일어나서 창밖의 어슴푸레 보이는 풍경을 바라볼 때, 어쩌면 그때 팬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가장 벅차오르지 않을까? 라고 상상해 본거죠. ‘이곳은 참 고요해서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아 난 네가 보고싶어져 하늘은 팔레트처럼 주황빛 노을 남색의 밤빛 네가 덧그려져 또’라는 가사입니다.

영향받은 아티스트나 작품이 있나요?

지금 생각나는 분들이 몇 명 있는데요. 먼저 엑소의 ‘으르렁’이 대표곡이 된 서지음 작사가님, 또, 조성모의 ‘아시나요’, 다비치의 ‘8282’, 에일리의 ‘보여줄게’,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등 발라드부터 시작해서 드라마 ost,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장르 구분이 없는 가사를 쓰는 강은경 작사가님, 가수로 말하자면 안예은 씨의 ‘홍연’이라는 곡 등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노래 안에 스토리텔링이 있는 가사를 선호해요. 노래를 듣다보면 이야기와 이미지가 저절로 그려지는 가사가 있거든요. 제가 지향하는 가사가 그런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고요.

작사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작사를 끊을 수 없는 두 가지 이유를 꼽아볼게요. 첫번째는, ‘가수가 부를 때’입니다. 내가 쓴 가사를 아티스트가 목소리로 실현했을 때의 감동을 상상해보세요. 작사를 할 때마다 그 상상이 실현되는 것을 꿈꿉니다. 두번째는, 그 노래를 ‘팬들이 따라부를 때’에요. 콘서트장에서 가수를 따라서 팬들이 부르는 함성소리가 울려펴질 때 매번 짜릿한 기분이 드는 걸 감출 수가 없어요. 특히 외국인 팬들이 한글 가사를 따라부를 때 왠지 모르게 찡하더라고요. 그때마다 가수와 팬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아요.

코로나 시대의 예술에 대하여

코로나가 터지고나서 처음엔 저와 관련이 없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웬걸요, 작업이 안 들어와요. 가수들이 콘서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앨범을 낼 수 없으니까 자동적으로 곡을 만들지 않는 거에요. 2020년 말에는 거의 곡 의뢰가 안 들어오더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가수는 물론 팬들도 직/간접적으로 만나거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니까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다만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면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번에 SM엔터테인먼트에서 비대면 무료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연출기법이나 CG기술이 굉장히 새롭고 다채롭더라고요. 작사와 관련은 없지만서도, 미디어적 측면에서는 판데믹 상황 아래 많은 기술이 진보하고 새로 도입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코로나 시대의 창작 방식이나 계획에 변화가 있다면?

저는 퍼포먼스를 전제로 가사를 써요. 이 노래 가사를 통해 가수가 어떤 식으로 춤을 출지, 어떤 장르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나갈지, 어떤 무대세팅을 어떤 식으로 응용할지 등을 상상하면서요. 만약 제 가사를 통해 다양한 연출과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을 제작하는 아티스트나 관계자들, 또는 팬들에게 최대한 상상의 여지를 남길 수 있는 노랫말을 전하여 노력합니다. 상상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전달하는 거죠. 특히 코로나 시대 이후로 퍼포먼스 형식의 많은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되는 상황에서 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사를 쓰고자 계획 중입니다.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되돌아 본다면?

아이돌로 비유하자면, 연습생 생활이 긴 가수들이 있잖아요. 저는 지금 ‘그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고된 연습생 기간인 거에요. 지금 6, 7년 정도 프리랜서 작사가 생활을 해왔는데 적어도 10년은 꼭 채우려고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요. 지난 연말에 제가 그동안 써온 곡을 정리해보니 약 500여 곡의 가사들이 나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발표된 곡은 단 세곡에 불과해요. 다작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많이 느끼고 있어요. 좋은 작사가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꿈이나 목표가 있으세요?

예전에는 히트곡을 만드는 작사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꾸준히 곡을 만드는 작사가가 되고 싶어요. 그 곡이 가수와 팬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큰 포부는 아니지만 그 자체가 좋아요, 아늑하고…

인터뷰. 편집장 김희진

서로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졸업. NCT127 <BACK 2 U (01:27AM)>, 슈퍼주니어 D&E <Livin’ in>, SUPERM <Wish you were here> 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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