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Sung-reong Kim

현재 하시는 일을 알려주세요.

저는 학부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졸업후 국립극장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고객민원이나 응대, 티켓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이후 CRM 마케팅, 즉 고객관계꽌리 파트로 이동하여 빅데이터를 활용한 주요고객 분석을 맡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지역문화재단으로 이직하여, 관광 활성을 위한 역사/문화재 기반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특수한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취미로 바이올린을 배우고, 고등학교 때부터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악기와 관련된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퍼포먼스를 행하는 연주자 뿐만 아니라 무대 뒤에는 수많은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예술의 실기적 면모와 이론적 측면을 탐구하는 ‘공연기획’이라는 일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한예종에 입학해서 한동안은 클래식 공연에만 비중을 두다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기획하거나 여러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예술 전분야를 아우르는 시야를 갖게 되었습니다.

학부 때 예술경영 측면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1학년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클래식 공연 단기인턴 일을 했어요. 첼리스트 장한나 씨가 지휘를 시작하시면서 음대생들과 오케스트라를 꾸려 만든 프로그램에 기획보조로 참여했습니다. 이후에도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국내예술단체 기획팀 업무 보조를 단기적으로 맡았고, 실제로 축제 당일 사이트 매니저로서 컨트롤 하는 역할을 했고요. 또, 동물원, 자전거탄풍경 등의 뮤지션 또는 포크뮤직을 전문으로 하는 공연기획사에서 토크 콘서트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교내에서는 박근형 선생님, 이상우 교수님 등의 현역 연출가들의 연극 작품에 기획으로 참여했고요. 당시의 경험들이 현재의 저를 만든 자양분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신가요?

저는 프리랜서 독립기획자가 아니다보니 스스로 창작하거나 원하는 기획을 추진하기 보다는 이미 주어진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역할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학생부터 성인까지, 지역민과 관광객 등 다양한 계층을 타겟으로 한, 문화재를 활용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를 확산하고, 역사적 이해도와 대중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원래부터 조선시대 역사를 좋아했는데, 우연하게도 제가 함께 하는 문화재들이 그 당시에 꽃을 피운 것들이고, 풍성한 역사 이야기들을 보유하고 있어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현재 담당하시는 수원화성의 매력에 대해 알려주세요.

우리나라에 그렇게 큰 성곽건축을 갖고 있는 도시가 서울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고, 특히 정조가 치밀하게 설계하고 계획한 산물이라는 느낌이 강렬합니다. 전쟁이나 일제 강점기 이후로 많이 훼손되어 옛날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되어 있지 않아 안타깝지만, 이렇게 거대한 문화재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성곽의 창룡문(사대문 중 동쪽)과 연무대(과거 활터)를 좋아하는데요. 이곳에 가면, 탁 트인 전경으로 전체 성곽의 모습이 보이면서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데, 수원을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께 꼭 소개해드리고픈 장소이기도 해요. 이곳에서 언젠가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작품 기획 과정에서 목표하거나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요?

어릴 때는 무조건 유명한 단체나 누가 봐도 좋은 공연을 기획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구에게나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좋겠어요. 공연으로서 그런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모두가 공감하고, 쉽게 느낄 수 있는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기가요. 엘리트주의적인 면모의 예술을 지향하기 보다는 생활예술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네요. 일상에 예술이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싶어요.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자문했을 때, 많은 경험을 통해 제가 내린 결론은 이름난 공연장에서 유명인의 공연을 보는 것보다 우리 일상에 예술이 밀접하게 자리잡은 순간들이 삶을 좀더 윤택하게 만든다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따라서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역사와 친숙한 문화재 기반의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맡은 기획 중에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학부 때 했던 연극작업 중에 전진모 연출, 윤성호 연출, 백석광 배우 등이 참여한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를 윤색한 작품인데 2018년에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되기도 했어요. 무조건 행복하지만은 않은 우리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였는데 볼 때마다 위로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같이 작업하는 모든 분들이 매순간 진지한 태도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서 저 또한 자극을 받아 열심히 참여했답니다. 또, 모교후배들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가면 매번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아요. 반드시 명성이 높은 예술만이 울림을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연극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예술가의 통찰력으로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요. 아티스트는 일반 사람보다 예민하고 관찰력도 뛰어나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작품에 녹여내잖아요. 그런 예술작품을 만나서 수용자가 공감하거나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을 매력적이라 느껴요. 또, 예술작품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것을 보고 경험할 때, ‘아,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또 얼마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우리는 감동적인 희곡이나 무용수의 몸짓을 보거나,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희열을 느끼잖아요. 그러한 순간의 경이로움이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유의미하지 않을까요.

영향받은 아티스트나 작품이 있나요?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제 인생 최고의 작품이에요. 삶과 죽음, 모든 것이 거기에 있죠. 또, 프랑스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의 다큐멘터리 작품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요. 삼년 전부터 생활예술이나 동네기획에 대한 생각이 뚜렷해졌는데, 그때 만나게 된 영화에요. 프랑스 시골 마을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면서, 바르다 감독이 젊은 사진작가와 함께 그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선물해주는 거에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둘러보면서 어떻게 보면 조금도 특별할 게 없는데 선명한 이미지와 이야기가 주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예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었네요. 또, 영국 시골 신발 공장의 사장 아들이 우연히 드랙퀸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킹키부츠>도 좋아하는 무대 중 하나에요. ‘너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이들을 존중하라’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메세지가 담겨있어요.

코로나 시대의 예술에 대하여

코로나가 전세계를 뒤덮으면서 다시 한번 예술의 존립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먹고 사는 것보다, 우리의 삶과 죽음보다, 예술이 중요한가? 라는 질문이 제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돌았어요. 물론 인류의 안전이나 생존보다 중요한 건 없겠죠.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처럼 침체된 시기에 예술의 ‘아름다운 찰나’가 누군가에게 선사되어 순간의 즐거움이나 환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역할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예술가들이 영원한 숙제처럼 예술의 본질이나 필요성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코로나 시대의 예술 프로그램 기획 방식이나 계획에 변화가 있다면?

코로나 사태 이후로 방역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의 비율이 높아진 것은 확실해요. 긴급지원도요. 그러나 그만큼 홍보도 어려운 실정이에요. 다만 거리두기가 가능한 선에서 야외 프로그램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 중이에요. 기존에 대면으로 진행했던 기획을 온라인 콘텐츠로 전환시켜서 간접적으로 역사 문화재를 체험할 수 있는 버츄얼 공간을 마련하는 시도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되돌아 본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일을 하기 이전에 막연히 생각했던 기획자의 이상과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는 현실적 실무와는 많은 괴리가 있어서, 한때 고민에 빠진 나날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예술이 꼭 필요하고, 그것이 답일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있어요. 부조리한 삶을 살아가면서 작고 경이로운 순간을 마주할 때, 누군가에게는 그 예술작품이 장기적인 원동력이나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거든요.

꿈이나 목표가 있으세요?

어느 지역이나 동네에서 이웃과 일상에 녹아드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어요. 소박한 동네기획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규모는 크든 작든 상관 없고요. 향유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인터뷰. 편집장 김희진


김성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 예술사 졸업. 前국립극장 고객지원팀 근무. 現수원문화재단 화성사업부 주임. 이음새 오케스트라 아마추어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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